[hyomieverse의 인간극장] 흔하디흔한 어떤 이의 가냘픈 뒷모습,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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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hyomieverse Date22-04-28 00:00 Hit14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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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ImNL1bVRbA 6-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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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가면 나에 관한 사진첩이 수두룩했다. 금색 띠가 둘러진 사진첩부터 고급 진 가죽으로 만들어진 사진첩까지. 가끔 그 앨범을 펼쳐 보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신기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의 사진첩은 굉장히 보잘것없이 작은 책 한 권이라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아빠를 기록하며 나는 나이가 서른이 먹도록 몰랐던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기록을 해야 자세히 보는 내가 무심하다가도 이제라도 그를 다시 안 것 같아 무언가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이제 보잘것없어 보이던 그들의 작은 사진첩을 봐도 죄책감이 조금을 줄어들 것 만 같았다.
수많은 방황을 하며 나는 그에게 효도는커녕 속을 썩이는 외동딸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쿨하고 자유롭겠지만 나 같은 자식을 둔 아빠는 아마 매번 속이 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조언을 하려다가도 내 눈을 보며 ‘건강만 하래이’라고 뱉으며 현실 타협 따위 시키지 않았다.
나 또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이제서야 체감이 되지만 여전히 자랑스러운 딸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나의 카메라와 글에 담긴 아빠는 너무나도 흔한 아저씨의 뒷모습이다.
그러나 내 세상에서 그는 늘 찬란하고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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