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9 인생 첫 캠핑가는 날

틈만 나면 잡동사니 다 파는 마트에 아웃도어 코너를 들렸다.
이 사람 이번에도 하고 싶은 거 다 할 작정이었다.
수개월 전부터 캠핑족 캠핑카 캠핑장비에 관한 영상만 돌려보더니
가격표를 보고 갈팡질팡만 하다가 전날에야 크게 지르고
양고기도 사고 삼겹살도 사고 쌈장도 사고 맥주도 사고
빈자리 찾기 힘든 홀리데이 시즌에 당일 아침에야
새 것들을 게시할 장소를 찾았다.

3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블루마운틴 어딘가.
호숫가 바로 앞, 언덕 너머 힐끗 보일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걸 나는 기억한다.
부풀은 마음을 누르지 못해 주고 받은 설렘을 나는 기억한다.

바람이 조금 많이 불었던 날이었다.
우리에게 큰 돈을 지출하게 했던 것들은
쉽사리 휘날라가고 뒤집어지고 부러지고 망가졌다.
다시 일으켜세우고 펴고 두드리고 안간힘을 써도
되돌아만 가는 것들과 허우적되는 것뿐이었다.

실망이 역력, 집으로 다시 3시간을 달렸다.
양고기는 맛있었다.

#인간극장 #호주 #캠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