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너의 목소리가 틀려 - 시를 쓰는 국어국문학사 홍순인 with.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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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홍순인간극장 Date22-02-16 00:00 Hit13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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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헛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 닿고 싶었다든가 잊고 싶었다든가 하는 그런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바람 같은 것
그러다보면 나는 물 위를 걸어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아 새가 낙엽처럼 날고 지하철 옆칸에서 엎지러진 물처럼 넘어온 하늘색 풍선을 보고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를 들어
얼마 전에는 해랑 바람이랑 내 옷 벗기기 내기하는데 해 차례가 안 오나 싶게 추웠어 왜 사람들이 차가운 현실이라는 말을 하는지 문득 알겠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어
탈 때는 카테고리 없는 행운을 바라느라 6번과 7번 개찰구 사이를 지났어 아무 일도 없길래 돌아올 때는 7번과 8번 개찰구 사이를 지났어 행운이란 것도 나처럼 무표정으로 지나쳐갔을지도 모르겠어
건조한 여름에서는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대답해줘
GG
일어나서 양치도 안 하고 비몽사몽 미처 두고오지 못 한 어제의 나를 꾸역꾸역 밀어삼키다보면 이게 그저께의 기억인가 싶을 때도 있어 턱선을 따라 툭 떨어지는 물방울이 발등에 떨어져서야 나는 어제를 내려놔 집에 돌아가야지
얼마 전에 후배가 나더러 왜 유선 이어폰만 쓰냐고 물어봤어 당연하잖아 집이 불편한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전자기기 두 개를 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있겠어 여행자의 짐은 단출할수록 좋거든
석양과 파도를 보며 어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한결같이 같은 이름으로 불릴까 부러워한 적이 있어 역시 마더네이처의 질서는 경이로워 내가 쓸 수 있는 감탄사가 고작 몇 안 되는 게 한심해졌어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먼지 쌓인 도자기를 봤어 아빠의 골프채로 적당히 깨질 정도로만 쳐봤어 안쪽이 더 하얗고 깨끗하더라 엄마는 죽이겠다고 하지 않고 죽겠다고 했어 깨진 유리를 조심히 버렸어 미안해져서 난 내 이름을 속으로 계속 되뇌었어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봤어 서른일곱에도 혼자면 그냥 우리끼리 결혼해버리자고 했던 여자애가 있었나 그럼 미안한데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가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여행자는 마음도 단출한 게 좋거든
나는 모래바닥에 돌아와야 할 곳임을 표시해두고 버스에 올라탔어 경적이 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정신 없지만 버스는 정해진 노선대로 움직였어 나는 버스 안에서 길을 잃었어
#시인 #홍순인간극장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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