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014년 6월 23일

속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지민정(50) 씨와 남편 고상흠(50) 씨는
오누이처럼 티격태격 하면서도 다정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부부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 보이는 그들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는데...
사실 민정 씨는 지금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2년 전의 교통사고로 민정 씨 평생의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 가족들에게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채로 2년이 흘렀다
상흠 씨의 헌신적인 돌봄과 가르침으로
민정 씨는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하나하나 학습해나갈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는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오랜만에 시댁 식구들이 민정 씨네 모여 식사하는 날
잔뜩 긴장한 민정 씨에게 콩국수 만드는 것 하나도 쉬운 일이 아닌데...
기억을 잃기 전 그녀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 직접 레시피 노트를 작성하기도 했었다
시댁 식구들이 돌아간 후
이제는 자신이 적었다는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레시피들을 보며 민정 씨는 눈물 흘리는데...


2부 2014년 6월 24일

타고 가던 차바퀴가 고랑에 빠진 후, 철렁 내려앉은 민정(50) 씨의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민정 씨가 쉬는 동안 상흠(50) 씨는 홀로 제품을 포장하고...
다음 날, 부부는 사고 나기 전 염주를 납품하던 불교용품점에 찾아가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민정 씨 모습에 가게 주인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날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민정 씨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모르는 단어를 자꾸 상흠 씨에게 물어본다
며칠 후, 집에 누가 찾아온 건 지 민정 씨가 뛰어나가 덥석 안기며 반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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