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단칸방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의 특집이 진행됐다. 30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단칸방 모녀의 죽음에 대해 '단칸방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제작진은 현장에 찾아갔다 옛 거주지 주민들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나이의 딸 수정 씨(가명)가 엄마로부터 방치되었었단 것. "주인집 아저씨가 너 조금만 있어라, 하고 성추행 했다고 들었어요"라고 옛 주민 중 한 사람은 또 다른 이야기를 증언하기도 했다. 딸 수정 씨(가명)은 그때 겨우 11살이었다. 엄마 김 씨는 수정 씨를 초등학생 때부터도 계속해서 방치했고, 이후 김 씨는 아동학대 로 신고가 됐었다 한다. 엄마 김 씨와 분리된 이후 시설에서 밝고 구김살 없이 자랐다는 수정 씨.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미래를 준비했다 한다. 요양교육원 관계자는 "시무룩하고 말도 안 하고 그런 성격 아니었어요. 친구도 데려오고 이랬으니까. 밝고 열심히 하는 아이였어요"라고 전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다른 이를 돕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는 수정 씨. 그런데 왜 그런 수정 씨가 엄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었던 걸까. 박미경 경남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이는 이제 열여덟살 이후가 되면 퇴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으니, 아이 의사를 물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았나 싶고요"라고 전한다. 엄마에게 학대를 당했지만 돌아갈 곳은 엄마뿐이었던 열아홉 수정 씨의 선은 그렇게 이어졌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는 수정 씨의 그림은 이후 적나라하고 성적인 특징, 장기와 태아 등을 포함한 그림들로 변형됐다. 전문가는 수정 씨의 그림을 보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보통 그리는 그림"이라며 수정 씨의 그림을 보고 분석했다. 상습적인 학대를 당한 이들의 그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한다. 수정 씨의 작품은 학대를 당한 이들과의 그림과도 결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닙니다. 사고능력이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와해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싸이코틱한 상태"라고도 설명됐다. 수정 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방 안에는 태아나 임신과는 전혀 다른 화풍으로 그려진 모녀의 초상화도 있었다. 그런데 초상화를 본 그녀의 지인들은 제작진에 예상밖 이야기를 들려줬다. "뭔가 이 그림은 수정이가 그린 것 같지 않은 그림이", "수정이 그림체 아니에요"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러한 그림들은 엄마의 작품으로 보인다 한다. 그런데 엄마 김 씨가 그린 그림에 한 가지 심상치 않은 점이 있다 한다. "엄마하고 딸 그림 보시면 누가 딸이고 누가 엄만지 구분 안되시죠? 대칭이죠.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딱 접으면 데칼코마니처럼 보일 수 있게. 이렇게 완전히 하나의 딸을 자기 자신처럼 동일시하고"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임명호 교수는 "엄마와 딸의 일심동체를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면 그림 속 엄마와 딸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얼굴부터 행동까지 닮아있다. 여기에는 수정 씨를 향한 엄마의 통제가 집착이 녹아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시 미술학원 교사는 "엄마를 뵌 경우가 한 네다섯 번 되는 것 같거든요. 저희 학원으로 어머니가 왔죠. 수정이가 이쪽을 다니는 걸 알고. 그래서 수정이가 처음엔 엄말 안 만나려고 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보육원에 있던 이는 "수정이가 등하교 할 때 어디 숲에 숨어가지고 수정이를 몰래 본다던지, 그런 식으로 어머니가 하셨던 걸 보면 기본적으로 수정이한테 집착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시설에서 퇴소 후 엄마 김 씨와 함께 살았던 수정 씨의 2년은 어떤 하루하루였을까. 전문가들은 그림 속에 김 씨의 집착이 담겨있는 한편 공감은 담겨있지 않다고 분석한다. 김 씨와 다시 살고부터 고립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는 수정 씨. 수정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정 씨의 우울감뿐만 아니라 김 씨의 우울감도 짙게 배어있다는 그림들. 당시 미술학원 교사는 "아유, 엄마 화려하네요. 엄마가 전혀 이런 분위기는 아니시거든요. 갖춰 입으시지도 않고 화장기도 없으셨고"라고 그림을 보며 얘기했다. 김 씨의 동생은 "그렇게 수정이를 데리고 가면 안됐는데, 저도 참, 몰랐었죠.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정신적으로 약간 좀 그게 있다. 우울증도 좀 있고, 대인기피증이나 뭐 이런 환청도 들리고 그래서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든요. 퇴원하고 나서는 강제로 약 타 먹일 수도 없는 거고 한참 자기 혼자 살다가 수정이 데리고 오고 나서는 1,2년 있다가 이렇게 사고 났으니까 오죽 바깥에 안 내보냈음 그랬겠습니까"라고 전한다. 동생의 말에 따르면, 김 씨가 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였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은 "자기 식으로 사랑을 한 거지. 그러니까 엄마라고 딱 끼면서 모든 것을 끊고"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자기가 밖으로 나가면 테이프로 딱 문을 붙여요"라고 한 주민은 전하기도 했다. 어쩌면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싶었을 김 씨. 그러나 김 씨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만든 전세 및 달세 전단지도 발견됐지만, 임대료도, 방 평수도, 전부 다른 상황. 그렇게 김 씨가 망상을 쌓는 동안 내내 엄마의 곁을 지켰던 수정 씨. 그러나 아픈 엄마를 알아채진 못했고, 두 사람은 어떤 외상이나 질환도 없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실제로 두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된 방 위에는 의미심장한 그림이 한 장 놓여있었다 한다. 미술치료사는 "경험에서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없고,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분이 계속 흑백으로 표현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고, 김선현 교수는 "아마 죽음을 예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 그림 진짜 마음 아프다. 유서, 유서다"라고 설명했다.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 수정 씨가 보육시설을 다시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한다. 보육시설에서 만난 친구는 "대화가 얼핏 듣기로는 수정아, 네가 성인이니까 이제 잘 꾸려가야지, 하고 원장 선생님이 타이르던 게 기억이 나고"라고 얘기했다. 한 친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