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노동조합 성명서)

마스크 관련 뉴스도 정권 눈치 보는 KBS, 국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나?

지난 3월 8일 일요일 KBS 보도게시판에는 “갑자기? 그동안 우린 뭘 한거고, 국민은 바보였~”의 제목으로 모 기자가 양심 고백을 해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보도국에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KBS에 입사하고부터 ‘회사 게시판에 글 올리지 말고, 내 기사로 보여주자’는 신념으로 일관해오던 그 기자가 오죽 답답했으면 처음으로 글을 남겼겠는가?

기자 선후배들이 글을 올린 기자에게 ‘우리 회사는 능력보다 평을 중시하는 회사다’, ‘(KBS는) 말 하면 빵점, 말 안 하면 90점인 곳이다’라는 좌우명을 금과옥조처럼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소신 글을 쓴 해당 기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모 기자는 아마도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와 마스크 착용, 국민 건강에 대한 기사 작성과 관련해 자신의 양심에 따른 소신과 데스크 측의 얼토당토 않은 의견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상에 어떻게 다 내 마음에 드는 일만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처세 철학을 가지고서, 해당 아이템의 보도 내용을 둘러싸고 아래층의 평기자와 위층 데스크 사이를 수차례 오고가며 중재(?) 내지 조정(?) 역할을 수행한 부장급 기자의 외교(?) 활동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해당 기자의 표현을 빌면, 해당 기자는 '하.. 부장이 내게 컨펌받는 사람도 아니고 서너번 이렇게까지 오시는 것을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윗선의) 뭔가가 있나보다' 하고 탐탁지 않지만 해당 부장의 중개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온 뉴스9의 보도 내용은 건강한 사람은 불필요한 경우에는 마스크 안 써도 되고 면마스크를 써도 된다는 식의, 최근 청와대와 정세균 총리의 권장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었고 해당 기자는 자기가 쓴 기사가 자기가 봐도 저게 말인가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해당 기자의 표현대로, '아~ 저것 봐 KBS 9시 뉴스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된대, 내일부터 쓰지말자. 다 갖다버려' 라고 할까? '우리가 그동안 왜 그렇게 무식하게 마스크 산다고 줄을 섰을까, 정부에 부담을 줘서 너무나 미안하다'라고 할까? 아니면 '난 정말 바보같아,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가 안 걸린다고 생각했으니... 으이구'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았을까?

글을 쓴 기자의 고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 메인 뉴스가 국민들을 ‘재난’에서 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과 ‘재앙’에 빠뜨리는 일을 주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정부 지침에 순응하는 보도를 한다면 과연 KBS가 공영방송이 맞나?

해당 기자 말대로 ‘애초에 마스크 안 쓰면 큰일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갑자기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정부의 오락가락 장단에 맞춰 KBS 보도가 춤을 춘다면 국민들이 과연 KBS의 보도를 믿을 수 있겠는가? KBS가 어디 특정 정권의 부속물인가?

현장에서 땀 흘리며 취재에 나서고 있는 기자들이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도본부 수뇌부는 각성하길 바란다.

공영노동조합은 KBS의 보도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진상을 조사해서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물을 것이다. 3월 10일 KBS공영노동조합 이호근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