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해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도 통화에서 정확히 ‘체포조’를 언급하며 체포 대상자를 1·2조로 구분해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국회 측이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는 취지로 말했느냐”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홍 전 처장은 국회 측이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뭔가 흥분해 자랑하듯 얘기했다고 진술했느냐”고 묻자 “그렇다. 주관적 얘기 같은데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말)이 ‘체포조’였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홍 전 차장은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는데 포켓(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적었다”며 “적다보니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뒷부분은 적지 않았고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 적어보니 14명, 16명 정도가 됐다고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측이 ‘여 전 사령관이 검거를 위한 위치추적이란 취지로 말했느냐’ ‘1조, 2조는 중요도에 따라 순차 검거해 감금 조사한다는 얘기였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왜 지시에 따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첫째는 명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봤고, 두 번째는 감금 조사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의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고 ‘방첩사가 군내 문제를 적발해 국정원이 지원해야 한다’는 추정을 갖고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했다”며 “그런데 명단을 받아보니 제 생각과 많이 달랐고 지금도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심판정에 들어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외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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