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 깡패' 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군대 가면 밥그릇 수가 위아래를 정한다는 얘기지요. 그 군사문화가 대학으로 스며들면서 '학번이 깡패' 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시인 오탁번이 학교 앞 술집의 시답잖은 풍경을, 자기 이름으로 유쾌하게 비꼬았습니다.

갓 제대한 복학생이 옆자리에서 떠드는 학생에게 소리칩니다.

'야, 너 며탁번이야? 위아래도 업서?'

얼근한 학생이, 다짜고짜 반말하는 복학생에게 대거리합니다.

'내 학번은 오탁번이다, 왜?'

군부대에 견학 간 아이가, 나이를 묻고 또 묻는 군인 아저씨들에게 되묻습니다.

'어른들은 왜 맨날 나이를 물어요? 어른들은 싸우면서도 나이를 묻던 걸요.'

옛 속담에 '상놈은 나이가 벼슬' 이라고 했습니다. 내세울 만한 게 나이밖에 없느냐는 비유입니다.

아이들 귀에도 익숙하듯, 실랑이하다가 할 말 막히고 수 틀리면 대뜸 내뱉는 게 이런 말이지요.

"야! 너 몇 살이야? 몇 살 먹었어?"

거기서부터는 사리며 논리, 부끄러움 다 달아나고 막가는 드잡이질만 남기 마련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장관을 향해 느닷없이 나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이가 아니라 '어린X' 운운하며 #막말 을 퍼부은 겁니다.

"어린 O이 와가지고, 국회에 와서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O을 그냥 놔둬야 되겠습니까."

저잣거리 장삼이사나 할 말을, 출판기념회에 맞아들인 손님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인간 송영길'의 바닥이 여지없이 드러나 보입니다. 아니 요즘은 저잣거리 장삼이사도 이렇게 말하진 않지요.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요?

무엇보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 미친 '무엇들' 아니냐"고 했습니다.

제 입으로 다 옮길수가 없어서 '무엇', '무엇' 했습니다만 아무리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몰려도 이렇게까지 바닥을 보일 수가 있을까요? 5선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 광역 시장을 지낸 중진 정치인 으로서의 품격이라곤 단 한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는 서른일곱에 국회의원, 마흔일곱에 인천시장이 됐습니다. 그는 운동권 '86세대'의 맏형으로도 불려 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스스로를 586 기득권 이라고 규정하며 용퇴를 주장했습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입니다. 젊은 청년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고 두 해가 다 가는데 이제와서 다시 50대 장관에게 어린 사람 운운하며 출마의 군불을 때는 건 또 무슨 자기부정입니까? 결국 '86 운동권' 청산론을 앞장서서 부채질할 뿐입니다.

여기에 후진 정치 운운하며 협량으로 응수한 한동훈 장관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 역시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말 막히면 '나이' 계급장 꺼내드는 '86 운동권 꼰대'의 모습은 송 전 대표가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1월 13일 #앵커의시선 은 '나잇값하며 삽시다' 였습니다.
\r
\r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r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r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vchosunnews/\r
공식 트위터 https://twitter.com/TVChosunNews\r
\r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