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래불사추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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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래불사추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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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9-08 00:00 Hit19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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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아침,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기린사 풍경입니다. 기다리던 아침밥을 기린들이 먹으려는데, 어디선가 영양들이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슬쩍 아래로 들어가 흘리는 먹이를 주워먹는데도 기린들은 본체만체 내버려 둡니다. 이렇게 얼룩말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살면서 영양과 사이좋게 아침을 나눠 먹기도 했지요.

시인이 노래했습니다. '기린과 워터벅. 전혀 다른 종(種)인 둘이서 한 우리 속에 사이좋게 산다. 몇 발짝 떨어진 곳, 시베리아 호랑이와 아프리카 호랑이. 같은 종인데도 서로 으르렁대며 산다' 시인의 시선은 인간 세상으로 향합니다.

'등 돌리면 이빨 가는 별종(別種) 인간들. 그래서 이 세상 잠시도 조용할 날 없다' 9월이 되도록 노여움을 풀지 않는 노염(老炎)을 시인이 응시합니다.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 켠, 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팍 엎질러져 있다' 옛 시인은 가시지 않는 더위에 시달리다 손님을 불러 잔을 기울였습니다. '누가 늦더위 씻어주리오. 느긋하게 두어 잔 술을 마시네'

88년 만의 9월 열대야가 잠자리를 헤집어 놓더니, 며칠 새 하늘이 높고 푸르러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무자비한 폭염을 퍼붓습니다. '더위를 치운다'는 처서를 지난 게 벌써 보름 전입니다.

내일은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인데 올해는 절기가 무색합니다. 늦더위가 이달 중순까지는 간다니까 말이지요. 여름 내내 불덩이와 물벼락을 번갈아 쏟아붓고도 여태 화가 덜 풀린 모양이지요? 인간이 자연에게 지은 죄가 큰 줄은 압니다만 못내 원망스럽습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이 말했지요.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운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하지만 그도 이 시대에 살아본다면 생각이 달라졌을겁니다. 거기에다 우리 사는 세상이 여름내 토해내는 탐욕과 증오, 욕설과 저주, 거짓과 위선이 체감온도를 마구 부채질합니다. 가을이 왔지만 #가을 같지 않은 '#추래불사추 (秋來不似秋)' 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독일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처럼 슬픈 초가을입니다. '초추의 양광이 내리쬐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눈에 띈 작은 새의 주검' 처럼 말이지요.

그래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계절입니다. 질기고 질긴 #늦더위 도 노여움을 거두고 한순간 거짓말처럼 사그라드는 날이 오고 말 겁니다. 그때가 되면 불덩이처럼 지고 온 마음의 화도 씻은 듯 가시겠지요. 우리네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들쑤시는 온갖 기만과 술수, 삿대질, 드잡이질도 한결 잦아들기를 원합니다.

9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추래불사추'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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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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