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미군 전쟁영웅의 전우가 32년 뒤 국방부를 찾아가 그에게 명예훈장을 줘야 한다며 말합니다.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 가 아니라'는 법률 격언이지요.

지난해 어느 지방법원 배석판사가 부장판사에게 이렇게 통보했다고 합니다. "실연을 당했으니 적어도 한 달은 판결 선고를 못하겠다"고. 이혼해서, 또는 스포츠대회에 나가야 해서 "석 달은 일 시키지 말라"는 배석판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속 썩이는 젊은 판사들을 '벙키'라고 부릅니다. 권위적이고 일 많이 시키는 부장판사를 가리키는 '벙커'에서 파생됐지요. 골프장 벙커처럼 탈출하고 싶은 선배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름난 '벙커' 법관들은 후배들을 혹독하게 단련시킨 명조련사 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오후 여섯 시 칼퇴근, 한 주에 판결문 세 건 같은 암묵적 합의가 법원에 만연해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법원장 추천제를 만들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사라진 탓이 크다지요. 그 바람에 장기 미제사건이 민사는 세 배, 형사는 두 배나 늘었고 '지연된 정의'가 폭주했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그런 김명수 대법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뜻을 천명해왔습니다.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돌직구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가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를 비판하고 "법관의 특정한 정치적 입장 탈피"를 촉구했습니다.

그렇듯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이 이끌었던 진보 성향 모임 출신 판사들을 대법관을 비롯한 요직에 대거 앉혔습니다. 그 모임 출신 판사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의 본안 심리를 열다섯 달이나 하지 않아 1심이 벌써 3년 하고도 일곱 달을 끌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 1심 판결도 3년 두 달, 2년 다섯 달 만에야 나왔습니다. 판사는 편하고 국민은 괴로운 재판 지연이고,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지연된 정의'가 자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 놓고 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을 타개해야 국민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디 이 뿐인가요? 그 스스로는 정치판 눈치를 살피느라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하더니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그 말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수사까지 받고 있지요.

어느 인권법연구회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 라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이례적으로 징역 6개월 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것도 혹시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받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만신창이가 돼버린 #사법부 를 신속 공정한 정의 실현의 장으로 반드시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그 막중한 책무가, 차기 #대법원장 의 어깨에 걸려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우리는 사법부 신뢰의 붕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치적 잣대로 그 비극을 애써 외면해 왔을뿐이지요.

8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출발선에서'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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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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