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싸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묻습니다.

"니 오늘 외박하냐?"
"집에서 잘 건데요"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아버지는 무심한 듯 슬쩍 핀잔하시곤 했습니다. 함부로 사는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셨지요.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요. 아들은 아버지의 투박한 사투리에 담겼던 곰삭은 정을 그리워합니다.

시인이 꿈에서 아버지 이불을 빼앗아 칭칭 감고 잡니다. '아버지는 혼자 아버지를 덮고 주무신다. 아버지라는 이불이 추우신지 몸을 웅크리고, 가끔 마른 기침을 하신다' 시인은 아버지가 돼서야 한평생 주기만 하시던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을 깨닫습니다.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은 매몰차게 사퇴를 거부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더니 물러난 뒤엔 또 말이 달라졌습니다.

"가족의 안위를 챙기기 위해 물러남을 택했습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를 입시비리 공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미 조국 부부 판결에서 공모가 인정됐는데도 '혐의를 다투고 있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딸의 진술과 아버지 주장이 서로 다른 것이 기소 쪽으로 기운 결정적 이유라고 합니다. 검찰이 지난달 반성하는 태도로 바뀐 조민 씨를 조사한 사흘 뒤, 조 전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공모를 부인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고 사회활동을 하느라 딸이 뭘하는지 몰랐다'는 겁니다.

검찰은 '딸의 진술과 엇갈린다'며 보다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아내와 함께 '불찰과 잘못을 반성한다'면서도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조 씨를 불기소 처분 할 경우, 아버지의 죄를 밝히기 위해 딸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인륜에 반하는 법정을 피하려면 검찰로선 조 씨를 기소해 법원 판단에 맡기는 길밖에 없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딸의 불기소를 막은 것이나 다름없게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차라리 나를 끌고가 고문하라'고 했습니다.

딸을 볼모 삼아 자신의 자백을 강요한다는 얘기인 듯한데, 선후가 뒤집혔습니다. 제가 듣기엔 조국답게, 매우 수사적인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조 전 장관은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멀리 온 탓일까요?

어디서 출발한 길인지, 어디로 가는 길인지 완전히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 길이 무슨 길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가족과 손잡고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8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나는 안이한 아버지' 였습니다.

#조국 #조민 #입시비리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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