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세기의 대결'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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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7-08 00:00 Hit26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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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죽이면 만족할 것 같았는데, 이제 느낌이 없어요"
푸시킨은 아내와 당테스의 염문이 나돌자 무모한 대결을 자청해 서른여덟에 생을 끝냈습니다. 자존심과 명예에 목숨을 거는 건 사내답긴 하지만 어리석은 짓이기도 합니다. 역사에 이름난 결투들도 별것 아닌 일에서 출발하곤 했습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작곡가 마테존의 곡을 제대로 연주하지 않았다가 결투까지 갔습니다. 가슴을 찌른 칼끝이 조끼 단추에 부딪쳐 목숨을 건졌지요. 주정꾼 대학생 마르크스가 벌인 결투에서 총탄이 그의 눈 위를 스치지 않고 이마를 때렸다면 세계사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변호사 링컨은 정치인을 조롱했다가 결투 신청을 받았습니다. 겁이 나서 검술 지도까지 받고 갔는데 중재로 취소됐고, 그 뒤로 다시는 남을 비웃지 않았습니다.
#실리콘밸리 의 두 거물, 머스크와 #저커버그 가 정말 격투기 대결을 벌일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말로만 싸워라. 누가 더 웃기는지 겨뤄라"고 말리는데도, 머스크가 격투기 고수와 주짓수를 맹훈련 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커버그도 같은 스승에게서 주짓수를 단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번번이 SNS에서 설전을 벌여온 두 사람은 라스베이거스 격투기장 옥타곤에서 맞붙기로 지난주 합의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게임을 하며 다투다 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이른바 '현피'를 닮았습니다. 종합격투기 단체 UFC 회장이 둘의 결투 의지를 확인하면서 흥행 수입이 1조3천억 원에 달한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 괴짜 부호들을 '너드'라고 부릅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처럼 허름한 차림에 말수가 적은 은둔형 괴짜들이지요. 그런데 #일론머스크 가 등장하면서 IT 리더들이 그를 닮아가는 '일론화'가 실리콘밸리에 번졌습니다. 독설과 기행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독단적 경영을 휘두르는 현상이지요. 관심에 목말라 좌충우돌하는 일종의 '연극성 성격장애'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명색이 21세기 첨단문명을 주도한다는 사람들이 팔각 철장 안에서 로마 검투사처럼 싸우겠다는 게 황당함을 넘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넘치는 부(富)를 주체하지 못한 기행(奇行)도 정도껏 해야지요.
마침 머스크를 비롯한 IT 기업가들이 마약성 약물에 빠져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품격은 고사하고 험한 입과 천박한 대거리로 치고 받는 그 모습이 이 시대 정신문명의 빈곤을 다시 한번 한탄하게 합니다.
6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한심한 '세기의 대결'"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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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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