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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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5-06 00:00 Hit18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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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찍겠어요 요리 보시고 (하나, 둘에 찍습니다) 찰칵"
정장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사진사도 예식장 주인 백낙삼 할아버지 입니다. 창원 북마산 가구거리 신신예식장 외벽에 '완전 무료' 라고 써 붙였습니다. 사진 값만 받고 백 석짜리 식장부터 신부 드레스, 화장, 부케까지 모든 게 공짜였지요. 거기에다 사회도 보고 주례도 서 줬습니다.
6천 원으로 시작한 사진 값이 직원 수고비 포함해 70만 원이 되고, 그마저 받지 않기까지 55년 세월. 만4천 쌍이 거쳐갔습니다.
위층 살림집 거실에 할아버지가 미리 쓴 유언장이 걸려 있습니다. "저녁거리도 없이 시작한 살림이었지만, 가족과 더불어 원 없이 한평생을 살았노라"는 회고가 '국제시장' 덕수를 닮았습니다. 그리고 당부했습니다.
"오복을 누리다 생을 마감하노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 호상이니 웃음꽃 피우며 경사스럽게 맞이하라"
그렇듯 여한 없는 아흔두 해 삶을 마치고 백낙삼 할아버지가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교사의 꿈을 품고 교육학과에 진학했지만, 집안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공부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한강 유원지 사진사로 나서 한 장에 20원씩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산에 단칸방 얻고 아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번듯한 결혼식은 꿈도 꾸지 못했지요. 마당에 정화수 떠놓고 가약을 맺는 걸로 감사했습니다.
그는 서른다섯에 사진가게를 낸 데 이어 예식장을 차렸습니다. 식도 못 올렸던 회한으로 무료 예식을 떠올린 것이지요.
그렇듯 고객 대부분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신혼부부였습니다. 사진 값도 안 내고 도망친 부부를 찾아갔더니 너무 어렵게 살아서 쌀 한 말을 사주고 온 일도 있다고 합니다.
부산 사는 노인이 "70년대 선생님 덕분에 식을 올린 뒤 일이 잘 풀렸다"며 백만 원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무료이긴 해도 싸구려로 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자부했지요.
남은 소원은, 백 살에 은퇴해 신신예식장을 거쳐간 부부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전국 일주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신 할아버지의 빈소에는, 은혜를 잊지 않는 부부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가족의 존재, 온기를 확인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5월, 가정의 달입니다. 결혼을 망설이는 청춘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소식이 잇달지만 신신예식장 백낙삼 할아버지가 남긴 온기로 그 스산함을 위로 받습니다.
5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였습니다.
#신신예식장 #가정의달 #백낙삼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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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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