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야, 어른들이 미안해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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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뉴스TVCHOSUN Date23-04-14 00:00 Hit33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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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이 어린 삼남매를 차례로 잃는 절망 속에서 쓴 명곡입니다. 어머니의 노래를 가르쳐 줄 아이들이 없음에, 하염없이 눈물짓습니다.
깊은 밤 시인 정지용이 유리창을 닦습니다. 거기 어리는 차갑고 슬픈 것을, 지우고 또 지워봅니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이 이겨보려 애쓴 절망도, 자식의 죽음입니다. 그는 어린 아들을 폐렴으로 잃었습니다. 자식 앞세우는 참척(慘慽)보다 더한 삶의 고통은 없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화장 안 하면 안 될까?"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에 숨진 아홉 살 승아를 떠나보내며, 어머니는 절규했습니다. 승아의 손때가 묻은 인형을 품에 안고서 "우리 딸 멀미한다"고 애를 태웠습니다.
예순여섯 살 운전자가 승아를 치기 앞서, 낮술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립니다. 부끄럽다 못해 참담한 어른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이런 어른들이 있습니다. 전주에서 과일과게를 하는 박주현 김지연 부부의 가게 건물은 가운데로 샛길이 나 있습니다. 빈터에 건물을 짓는데, 쇠파이프 비계 사이로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루에 1~2백 명씩 지나다녔던 겁니다. 아니면, 차도와 인도 구분도 없는, 좁고 위험한 찻길로 돌아가야 했지요.
부부는, 월세가 적어도 백만 원씩 나올 서른 평을 포기하고 아이들 통학로를 뚫어줬습니다. 입구에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이라는 팻말을 써 붙이고, 겨울이면 염화칼슘을 뿌려 보살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연찮게도, 승아가 숨진 직후 새롭게 알려졌습니다. 손님들이 부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감사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고 합니다. 전주시도 통학로 유지 비용을 보태 보답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3주 전에는 인천 어느 아파트 주민이 딸 둘, 조카 둘을 데리고 아래층 노부부 댁을 찾았습니다. 마침 안 계셔서, 아이들이 각자 쓴 편지와 케이크를 가족에게 전했습니다. "시끄럽게 뛰어놀아 죄송하다"는 편지였지요.
며칠 뒤 할아버지가 편지와 함께, 통닭 사먹으라며 5만 원 봉투를 놓고 갔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적어가며 쓴 편지에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조심하지 말고 신나게 놀아야 한다, 낮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제 몸 하나 주체 못한 채 꽃다운 어린 생명까지 앗아가는, 거칠고 각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 자애롭고 현명한 어른들이 계셔서 힘과 위안을 얻습니다.
4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승아야, 어른들이 미안해' 였습니다.
#스쿨존 #음주운전 #배승아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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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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