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단한 시간강사가 교수 자리를 얻어보려고 아내 퇴직금을 털어 천5백만원을 마련했습니다. 그걸 케이크 상자에 넣어 뇌물로 바치러 가는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여인을 만났지요.

그는 상자에서 슬그머니 만 원 한 장을 꺼내 건넵니다. 허리 굽혀 인사하는 여인을 보는 표정이 묘합니다. 민망함, 부끄러움입니다.

삼류 조폭 두목이 부하들에게 일장 강의를 합니다.

"건달을 불한당이라고 한다. 아닐 불, 땀 한, 땀을 안 흘린다는 뜻이야"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을 불한금, 그렇게 돈을 버는 무리를 불한당이라 부릅니다. 땀은 노력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부끄러움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떳떳지 못한 짓을 저질러 양심이 아프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나듯 말이지요.

성찰과 고백의 시인 구상이 '하느님 맙소사'를 외쳤습니다. "나는 한평생, 내가 나를 속이며 살아왔다. 저승의 관문, 신령한 거울 앞에서 추악 망측한 나의 참모습과 마주해야 하니. 하느님 맙소사"

하지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당당합니다. 땀을 흘릴 일도 없을 겁니다.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습니다"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한 뇌물 피의자로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대표가 당당한 항전을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출석 여부에는 침묵했습니다.

"(출석을 아예 안 하실 것도 계획을 하고 계신 건지?)" "…."

떳떳하고 당당하면 소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민주당은 불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허위발언 혐의 소환을 거부한 뒤 벌써 두 번째입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과 변호사비 대납까지 모든 의혹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들도 모두 정치 탄압에 동조하는 셈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우리 모두가 너무 멀리 와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듯 모든 혐의는 문재인 정부 때 불거진 겁니다. 성남FC 의혹만 해도 이미 2018년 고발당한 사건입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여섯 곳이, 하필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하필 한 축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냈습니다.

그 중 한 기업은 70억원에 불과한 부지를 용도 변경 받아 지금은 그 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경찰 출석을 세 번이나 거부해 서면조사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났고 이게 이상하다고 추가 수사를 주장하던 성남지청 차장 검사가 사표를 낸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걸 두고 이 대표는 이미 무죄가 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춰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대표는 '서시'를 인용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잘 아시듯 서시는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 민족시인 윤동주의 고뇌와 성찰, 그리고 절망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시입니다.

이 대표 역시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인용했다면 떳떳하고 당당하게 조사에 응하고 결백을 밝히면 될 일입니다. 검찰과 법원이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다면 국민이 용서하겠습니까?

12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면' 이었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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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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