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를 그만두고 녹즙기 판매상이 된 송강호가, 16년 전 살인의 현장을 찾아가 기웃거립니다.

"그 아저씨 얼굴 봤어? 어떻게 생겼어?"

그는, 공소시효가 지나 활보하고 다닐 범인을 생각하며 전율합니다. 시효를 넘긴 연쇄살인범이 세상을 비웃듯 범행을 밝히는 자서전을 냅니다. 담당 형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직 공소시효가 14분 정도 남아 있다"

유괴범이 초읽기를 하듯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리며 뇌까립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잖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공소시효는, 범죄를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이자, 결코 넘길 수 없는 데드라인입니다.

집념의 추적 끝에 시효 끝나기 직전 범인을 잡아내고, 범죄자가 시효를 착각해 제 발로 걸려들기도 합니다. "하늘의 벌은 늦게라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옛말처럼 말입니다.

공소시효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의문 역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살인죄 시효도 그래서 폐지됐지요. 세계적으로 드물게 여섯 달밖에 안 되는 선거법 시효도 늘 논란입니다.

대선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그리고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습니다. 소환 날짜 6일은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날입니다.

문제의 발언들은, 이 대표에게 소환 사실을 알리는 이 보좌관 문자에 잘 요약돼 있습니다. 문자는 이렇게 끝납니다. "전쟁입니다" 짧지만 많은 것을 말합니다.

당 대표 개인의 사법적 다툼을, 당이 선전포고로 받아들여 정치적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언으로 들립니다.

"먼지 털이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고…"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허위발언 때문에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를 겪었습니다. "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2심 유죄가 대법원에서 아슬아슬하게 뒤집혀 극적으로 살아난 바 있습니다.

3년을 끈 그때 사법 공방을 생각하면, 이번 세 가지 발언은 결코 말꼬리라고 할 수 없을, 하나하나 무거운 사안들입니다.

만약에 검찰이 모르는 척 공소시효를 흘려보내려 했다면 검찰부터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이제 현실로 닥쳐왔습니다.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결코 그들만의 위기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함께 겹겹이 방탄 철갑을 둘러쳐 그 리스크를 자청해 떠안은 만큼,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극한 대치 정국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입니까? 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 집행의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입니다.

검찰이 만약 죄없는 사람을 불러 망신만 주려 한다면 그 역시 국민이 용납하겠습니까?

9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이재명의 전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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