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만, 제발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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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만, 제발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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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뉴스TVCHOSUN Date21-08-27 00:00 Hit14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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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공원 길가 수풀이 벌써 하얀 이삭을 매달았습니다. 큼직한 이삭이 가을 내내 고와서 요즘엔 도심 찻길가 화단에도 심곤 하지요. 덕분에 익숙한 풀이 됐지만 이름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벼과 여러해살이풀 수크령입니다. 시골길에 자라는 풀 그령보다 크고 억세서 '그령'에 숫놈 '수'자가 붙은 것이지요.

이삭은 하얀 가을인데 풀은 시퍼런 여름이어서 이 아름다운 시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 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처서 지나고, 천지를 울리던 우렛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시인은 비로소 단잠을 이룹니다.

"저 우렛소리가 산맥을 넘고… 세상이 유리잔같이 맑은 그 가을의 아침에 비로소 나는 잠이 들겠다"

계절이 바뀌면서, 여름내 지고 온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 신의 섭리 앞에 숨을 죽이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주도 세상은 때늦은 열대야처럼 사납게 끈적거렸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새벽 네 시, 국회 법사위에서 언론 징벌법을 자기들끼리 통과시킨 민주당 의원들이 주먹을 맞대 자축합니다.

"역사적인 날이네" "사진 한번 찍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역사적인 날 맞습니다. 1당 권력의 언론 압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길이 남을 테니까 말이지요. 게다가 한술 더 떴습니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때'라는 단서 조항에서 '명백한'을 마지막 순간에 삭제해버린 겁니다. 입법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무분별한 배상소송을 부추기는 행태입니다.

그래서 또 이 장면을 생각합니다. 지난해 임대차법을 비롯한 부동산법 열세 개를 단독 처리한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합니다. 그러더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집값 폭등 앞에 무기력했다"며 허리 굽혀 사죄했습니다.

"(민주당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호소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임대차법이 불러온 전월세 폭등과 전세 난민 행렬은,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러고도 거대 여당은 또다시 의사봉을 두드려대고 있습니다.

한번 잘못 만들어진 법은 되돌리기가 더 어려운 법입니다. 국회의원은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잘못된 법이 양산한 피해자는 누가 책임집니까?

강력한 화살도 날아가다 힘이 다해 얇은 비단조차 뚫지 못하고, 세찬 바람도 결국엔 깃털조차 날리지 못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호령하던 권력도 때가 되면 기울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간단한 이치조차 못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8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이젠 그만, 제발'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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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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