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휴 린턴은 30년 동안 남도의 섬과 오지를 돌며 6백 곳 넘는 교회 개척에 앞장섰습니다. 늘 검은 고무신을 신고 다녀 '순천의 검정 고무신' 으로 불렸지요.

그의 아들 인요한은 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이놈이, 이놈이' 하셔서 내 이름이 '놈이'인가 싶었다고 했지요.

인요한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 6·25 때 순교한 손양원 목사입니다. "사도 바울 이후 가장 훌륭한 분" 이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교만한 자들, 언변을 자랑하는 자들, 높이 올랐다고 들뜬 자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했습니다.

"내가 매를 가지고 너희에게 나아가랴?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나아가랴?"

심판 받기 전에 '말로 할 때 들어라'는 말씀이지요.

천하장사 이만기 부부가 신혼여행의 추억을 찾아 제주도에 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때처럼 사진 찍는 게 영 어색합니다.

"일로 와 봐라!"
"치아라 고마!"
"맞고 할래? 그냥 할래?"

튼튼하게 자라려면 우유를 마셔야 하는데, 맛없다고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부모가 속을 썩이곤 합니다.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그 매의 의미를, 어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말했지요.

"매라는 것은 여론이고요. 여론은 국민이고요. 국민이 투표를 합니다."

'결국 국민의 매를 맞지 말라'는 얘기이고, 매 맞을 일을 자초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내 윷놀이 판에 '백 도'는 없다"는 말 역시, 한국적 유머로 버무려내는 인요한식 어법이 귀에 쏙쏙 꽂힙니다. 불출마와 험지 출마 요구를, 열흘 지나도록 뭉개고 있는 중진과 친윤계에 던지는 경고지요.

그런데 친윤 핵심은 도리어 세 과시를 하며 정면으로 받아쳤습니다.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더니 뒤이어 이런 말도 합니다.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 뭐라' 해도 저는 제 할 말 하고 삽니다."

지금 국민들은 소위 '윤핵관'들이 누릴 것만 누리고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 반대로 생각하나 봅니다.

'가질 수 있는 영광은 다 이뤘다'며 거취를 정한 듯했던 김기현 대표까지 갑자기 안색이 달라졌습니다. "일부 혁신위원들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과 기강을 흔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말이 달라졌을까요?

대통령실이 뒷짐지고 구경만 한다는 얘기도 나오자 인 위원장은 "소신껏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했습니다.

껄끄러운 자리도 마다 않고 전국을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그를 보며 '아버지의 검정 고무신'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런 민심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강서 선거를 삼켰던 작은 불길이 큰 들불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때 가서 '엎질러진 우유' 앞에서 울어봐야 무슨 소용 이겠습니까.

11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만 보고 끝까지' 였습니다.

#인요한 #김기현 #국민의힘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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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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