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사람 있어요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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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사람 있어요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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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9-18 00:00 Hit20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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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외로우면 쏜살같이 달려갈게"

길 잃은 늑대 소년의 손을 정글 식구들이 따스하게 잡아줍니다.

"우리는 친구야.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야"

이 영어 속담을 닮은 라틴어 금언이 있습니다. '빨리 주는 사람은 두 번 주는 사람이다' '도와주려거든 빨리 도와주라'는 얘기지요. 절박할 때는 며칠 뒤 천금보다 손 안의 푼돈이 훨씬 큰 법이니까요.

장자가 가난에 쪼들리다 이웃나라 군주에게 손을 벌렸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세금을 거두면 후하게 빌려주리다"

장자가 말했습니다.

"오는 길에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빗물에서 붕어가 퍼덕거리며 사정하더군요. '물 한 바가지만 부어달라'고"
"내가 말했지요. 남쪽 나라 왕을 찾아가는 길인데 거기 서강 물을 끌어다 주겠노라. 붕어가 발끈합디다.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게 나을 거요'"

지연된 도움은, 도움이 아닙니다. 어려울 때 국가가, 진정한 국가입니다.

상상만 해도 처참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빌라에서 40대 엄마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패한 시신 곁에는 며칠을 굶은 네 살배기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사 직전이던 아이는 병원에서 깨어나 울먹이며 엄마를 찾았다고 합니다.

숨진 엄마는 8년 전 이혼해 홀로 아이를 키워왔습니다. 동맥경화가 사인이었지만 병원 진료기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기-가스비와 집세가 몇 달씩 밀렸고, 집안은 온통 생활 쓰레기 였습니다.

그런데 이 집은 보호받아야 할 위기가구 대상에 올라 있었습니다. 전주시가 안내문을 보낸 뒤 찾아갔지만 호수를 몰라 돌아섰다고 합니다. 아이 역시 정부 전수 조사에서도 잡히지 않은 그림자 아동 이었습니다.

'죄송하다'며 마지막 집세 70만 원을 남겼던 송파 세 모녀, '병원비 때문에 월세가 늦어질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에서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군주가 '백성들이 쌀이 없어 굶어 죽는다'는 말을 듣고 물었다지요. "왜 고기 죽을 먹지 않느냐"고.

지난 4월, 4선 정치인이 돈봉투 사건이 하찮다는 듯 말했습니다.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식대 이런 정도 수준이거든요"

그 며칠 전, 전세 사기를 당한 청년이 세상을 등지기 앞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마지막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가 남긴 지갑에는 현금 2천 원이 들어 있었지요.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그 그늘이 더 짙고 깊어지는 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정치의 역할이 더 커지는 법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는 백성의 삶과 전혀 딴 세상에서 저들끼리 벌이는 이전투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고한 날 드잡이질로 지새느라 비참한 죽음들을 돌아볼 정신이나 있겠습니까? 그래도 이렇게 외쳐 봅니다.

9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여기도 사람 있어요' 였습니다.

#그림자아동 #전세사기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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