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만 스쳐도 무섭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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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8-28 00:00 Hit26 Comment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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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BydksPtgv4 2-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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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움직일 수 없으면 숨으세요"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하고, 안전이 확보되면 신고하라는 이 영상은 영국 경찰이 배포한 '테러 대처법' 입니다. 우리에겐 '안전한 한국' 이라는 위안과 자부를 새삼 일깨우는 영상이었지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 가족이 늦은 밤길을 혼자 가는 여성을 보고 놀랍니다.
"여기는 범죄가 자주 일어나지 않아서 밤길을 혼자 다녀도 괜찮아요. 진짜로? 그거 진짜 부럽구나"
어느 외국인이 명동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열 시간 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실험을 했습니다. 노트북과 가방 모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길을 가다 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합니다. 낯 모르는 사람도 편히 살갑게 대하기를 미덕으로 알지요. 그런데 어느새 '소매만 스쳐도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오가는 사람을 조심하느라 바쁩니다.
지하철 객차 바닥에 신발과 가방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얼마 전, 승객들이 한꺼번에 도망치면서 뒤엉켜 일곱 명이 다친 현장입니다. 아이돌 콘서트를 관람한 뒤 지하철에 탄 팬들이, 아이돌 영상을 보며 내지른 환호가 비명으로 들렸던 겁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다들 주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 그대로입니다.
한 달 전 대낮 신림역 거리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상은 비슷한 '묻지 마' 범죄들을 격발시킨 방아쇠였습니다. 대인기피와 고립, 망상 같은 불쏘시개를 품고 있던 외톨이들의 뇌리에 번쩍 불을 당겼습니다.
서현역 #난동범 을 거쳐, 대낮 산책로의 무자비한 성폭행 살인범에 이르러선 인간에 대한 회의와 함께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극대화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후죽순 고개를 내민 '살인 예고'가 찾아낸 것만 4백 건을 훌쩍 넘겼습니다. 붙잡힌 열에 넷이 10대였고, 대부분 '장난'이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죄의식이 없는 살인 예고들은 그러나, 장난에 그칠 수가 없습니다. 모방 범죄를 자극하는 또 다른 방아쇠가 됩니다.
한여름 태양이 눈부셔서 방아쇠를 당겼다는 부조리 소설의 뫼르소를 떠올립니다. 어쩌면 우리는 #신림역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마저 듭니다.
한국식 #테러 대처법 영상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그럴수록 선한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따스한 시선을 놓을 수 없습니다. 소설보다 부조리한 세상을 극복하는 길이 바로 거기서 시작될 테니 말입니다.
8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소매만 스쳐도 무섭다'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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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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