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악마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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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마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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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te23-07-28 00:00 Hit36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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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쿄 신주쿠 초등학교의 스물세 살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녀는 과중한 업무와 함께 학부모 갑질에 시달렸습니다. 학부모들은 알림장에서 "숙제를 내는 방법이 틀렸다"거나 "결혼과 육아 경험이 없어서 아이들을 다루지 못하느냐"고 괴롭혔습니다.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지요. 그는 교장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학부모와 통화해 대화해보라"는 답을 들었을 뿐입니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교단 붕괴의 경종을 울렸습니다. '괴물 부모'라는 신조어도 탄생시켰지요. 그 17년 전 일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2008년, 대낮에 도쿄 아키하바라 번화가를 걷던 사람들에게, 스물다섯 살 사내가 트럭을 몰고 돌진했습니다. 그리고 흉기를 휘둘러 단 10분 만에 일곱 명을 무차별 살해 했습니다. 그는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이른바 '프리터' 였습니다. "나는 사람을 죽이려고 아키하바라에 왔다"고 했지요. 일본에 횡행하는 '거리의 악마'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 이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대낮 서울 거리를 악마의 칼부림이 덮쳤습니다. 10분 사이 생면부지 행인 네 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 생명을 앗아간 범인은, 서른세 살의 무직자였습니다. 그는 흉기를 훔쳐 택시를 타고 신림역 부근으로 왔습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신림동에 온' 것 이지요. "살아도 안 되더라. 살기 싫었다. 남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지쳤다. 세상이 싫어졌다. 누구든 죽이고 싶었다"던 아키하바라의 악마를 닮았습니다.

그는 형사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묻지 마' 유형 중에 '현실 불만형' 이었습니다. 사회에 불만을 품고 처지를 비관해, 여름에 거리에서 범행한 뒤 도망가지 않고 그냥 현장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봐왔던 '묻지 마' 살인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집이나 아파트 복도, 지하철 역, 택시 같은 폐쇄 공간이 아니라 작정하고 툭 트인 백주 번화가를 선택했습니다. 애초에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묻지마범죄 가 상식적인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아무나 공격할 수 있다는 불길한 전조입니다.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거리의 악마'들을 봐 왔습니다. 이들을 막으려고 끊임없이 고민했겠지만 여전히 출몰하고 있습니다. 그 길을 또 우리가 따라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암울할 뿐입니다. 그럴수록 비인간적 물질문명과 무한경쟁에 찌든 세상의 그늘을 밝혀 악마가 숨 쉴 공간을 없애야 합니다. 무한경쟁의 세태에 잊혀진 인간의 도리, 인성을 되살리는 일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7월 27일 #앵커의시선 은 '거리의 악마' 였습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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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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