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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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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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뉴스TVCHOSUN Date22-11-22 00:00 Hit0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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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두 나라 기자 두 명씩이 두 정상에게 번갈아 질문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영국 기자 모두 블레어 총리에게 대뜸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블레어가 국내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을 때였지요.

무례할 정도로 가차없는 질문에 당시 우리 기자들이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노 대통령도 정상회담과 무관한 정치자금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받아넘겼습니다.

"야구할 때는 야구 얘기하고, 축구할 때는 축구 얘기하고 이렇게 하는 게…"

권력자에게 언론은, 눈에 든 티끌, 소 잔등에 붙은 등에 같은 존재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딸의 독창회를 혹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 기사는, 네 가지 궤양에 걸린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나를 만나게 된다면 새 코와 큰 살점이 필요할 거요"

기자 얼굴에 주먹을 날리겠다는 격한 증오가 넘쳐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집권당에서 해당 MBC 기자와 경영진을 향한 격앙된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대통령실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지요.

저 역시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한 MBC 기자의 고함에 가까운 질문이 매우 불편하게 들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기자들은 늘 질문하는 문제로 고민합니다. 질문받는 사람에게서 무례하다는 항의를 받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기자는 그래야 한다, 항상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이어야 한다고 교육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기자의 태도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국가원수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한번 들어 보시지요.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

어떻게 들리셨습니까? 여기에 항의하는 #대통령실 관계자에게는 군사정권 독재정권을 들먹였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낀 것까지는 대통령과의 가까워진 거리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대통령실이 전용기에 #MBC 기자를 태우지 않은 일도 적절치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대통령실과 MBC 사이에서 풀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역대 어느 정부에도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대국민 소통 창구가 닫히는 일입니다. 출근길 회견은 취임 이튿날부터 이어오며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이따금 논란이 일었고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밀어붙인 건 대통령의 의지였습니다.

기자의 소동은 적절한 방법으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입니다. 악의적 보도가 있었다면 그 역시 법적 대응으로 얼마간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책임을 묻는 방식이, 국민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과 이렇게 고별했다지요.

"(여러분 기사) 덕분에 더 솔직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1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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